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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전방십자인대 파열,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라네요. 본문

푸름이네 일상/슬기로운 병원생황

(수술 전) 전방십자인대 파열,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라네요.

쿠킹몬스터 2019. 7. 21. 19:04

 특별할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일요일(3월 17일) 오전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날은 제가 지역 협회에서 주관하는 배드민턴 시합에 참가한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매일 아침, 클럽에 나가 3~4 게임 이상 배드민턴을 쳤었고, 그동안 다른 대회에도 많이 참가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심하게 다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부상에 대비해 시합 전, 충분히 몸을 풀어주었고 예선 두 게임을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얼마의 휴식 후, 16강 본선이 시작되었는데 경기 중에 갑자기 체육관이 어두워졌습니다. 각 클럽에서 가져온 수많은 온열제품으로 인해 체육관 발전기가 과부하로 타버린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사건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시합은 즉시 중단되었고 발전기가 고쳐질 때까지 경기는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곧 전기가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난타를 치며 컨디션을 유지했는데요. 30분이 지나고부터는 벤치로 돌아가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결국, 전기는 1시간 반쯤 뒤에야 복구되었고, 중단되었던 시합은 마지막 스코어에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정전으로 인하여 이후 모든 행사 일정이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8강 경기까지 진행한 후 개회식을 하고 1시간 정도 뒤에 4강 경기가 있을 예정이었는데요. 정전으로 인하여 개회식을 바로 실시하게 되었고 준비운동을 할 시간적 여유 없이 바로 8강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8강 경기에서 바로 제 전방십자인대와 반월상 연골이 파열되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핑계입니다 ㅠ.ㅠ 진실은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시합을, 그것도 30대 후반 팀이 30대 초반 팀을 이겨보겠다고 오버하다가 다친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포기해도 될 위치의 셔틀콕을 무리하게 점프 스매시로 강타한 후, 불안정한 자세에서 왼발로만 착지를 하였습니다.

 제가 느낀 전방십자인대 및 반월상 연골판 파열의 증상은 이렇습니다. 왼쪽 무릎 안쪽에서부터 뚜뚝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요. 왼쪽 무릎 아래 허벅지 부위가 바깥으로 잠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의무석까지 쩔뚝거리며 걸어가서, 뿌리는 파스를 무릎 주변에 뿌린 후, 다시 시합을 하려고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상대편의 서브를 받기 위해 무릎을 사용하자마자 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어쩔 수 없이 기권을 해야만 했습니다. 기권을 하고 나서도 쩔뚝거리며 체육관 밖으로 나왔고 직접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심한 통증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일은 응급실에도 가지 않았고 다음 날인 월요일이 되어서야 가까운 정형외과로 진료를 받으러 간 것입니다.

 사고 경위를 듣고 무릎을 만지며 진찰을 하던 의사 선생님은 십자인대와 연골판이 찢어진 것 같다며, 좀 더 정확한 진찰을 위해서는 MRI 촬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일단, 그 주 금요일에 MRI 예약을 잡고 회사로 돌아왔고요. 회사에 돌아와서는 직장 동료들에게 십자인대 파열이나 무릎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셨던 분들이!!

 그분들에게 제 증상을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십자인대 파열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고. 그런데 저는 쩔뚝거리고 붓기는 했지만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MRI 촬영 전까지 녹색창을 이잡듯 뒤지며 십자인대 파열과 연골 찢어짐 증상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걱정하는 아내에게도 "난 아닌 것 같아. 연골만 조금 찢어진 것 같아"라며 안심시켰죠. 그리고 금요일, MRI 촬영을 마친 후 다시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맞다고 합니다. 전방십자인대는 완전히 끊어졌고, 반월상 연골판도 안쪽, 바깥쪽 심하게 찢어져서 부기가 빠지는 2~3주 뒤에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위 사진은 실제 제 무릎 MRI와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순간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회사는 어떻게 하지?, 아내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정신을 차리고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습니다. 수술을 하면 얼마나 입원해야 하나요?, 재활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회사에도 보고해야 하는데 수술 일정을 늦추면 안 되나요? 등등... 의사 선생님 왈, 수술 자체는 어려운 수술이 아니다. 다만, 재활 기간이 상당히 길다. 특히, 연골판도 손상이 됐기 때문에 6주 정도는 목발을 짚고 생활해야 한다. 모든 수술은 빨리할수록 좋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현재 상황을 이실직고했고요. 당사자인 저보다도 더 걱정했지만 현명한 아내는 고심 끝에 아래와 같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1. 서울에 있는 큰 병원, 특히, 무릎관절 수술로 유명한 명의 최소 3명에게 다시 한번 진료를 받아보자. 지방에 있는 병원 진료 결과를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2. 명의 3명 중 2명 이상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수술 외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자.

3. 혹시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유명한 병원의 명의에게 받자. 특히, 무릎 수술은 잘 못하면 평생 고생할 수도 있다. 아직 60년은 더 써야 한다.

 그리하여 저희는 부기가 빠지는 3주 동안, 서울에 무릎관절 수술로 유명하다는 교수님 3분께 특진 예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북삼성 병원 안진환 교수님과 건국대병원 김진구 교수님은 최소 3개월 이후에나 예약이 가능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요. 삼성 서울병원의 왕준호 교수님과 경희대 의료원의 윤경호 교수님 그리고 분당 서울대 병원에 계시다가 최근에 개인병원을 개원한 티케이정형외과의 김태균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3분 모두 수술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하기 하루 전의 제 무릎이고요. 부항을 해서 그런지 부기가 많이 빠진 상태입니다. 다음 포스팅은 수술 전날인 5월 9일의 하루를 적어볼 생각인데요. 언제나 그렇듯 주저리주저리 사소한 부분까지 써 내려갈 예정이고요. 입원할 때 가져가면 좋은 준비 물품들과 경희대 의료원에 대해서도 적어볼까 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슬기로운 병원생활, 전방십자인대 및 반월상 연골판 파열 수술기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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